아버지께서 실제로 없는 냄새를 반복적으로 맡으시고, 그로 인해 화나 짜증까지 내시는 모습을 지켜보시는 게 얼마나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실지 짐작이 됩니다. 게다가 어머니를 떠나보내신 지 얼마 안 되셨다면 여러 걱정이 겹쳐서 더 힘드실 것 같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냄새를 맡는 증상은 의학적으로 '환취(후각 환각)'라고 부릅니다. 원인은 다양한데,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눠볼 수 있습니다.
- 코 자체의 문제: 부비동염, 비염, 코 안의 염증 등으로 후각 신경이 자극되어 실제와 다른 냄새를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 신경학적 원인: 측두엽 부위의 뇌전증(발작의 전조 증상으로 특정 냄새를 맡는 경우가 흔함), 뇌졸중, 두부 외상,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도 후각 이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정신과적 요인: 우울증이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도 감각이 예민해지거나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는 경우는 있지만, 반복적으로 특정 냄새(탄 냄새, 담배 냄새)를 맡는 환취 증상 자체는 우울증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혈압약을 오래 복용한 것이 전두엽 문제나 환취를 직접 유발한다는 근거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고령에서는 여러 원인이 겹쳐 인지 기능이나 감각 처리에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증상이 일주일에 2~3회로 반복되고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감정 기복(화, 짜증)까지 동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슬픔이나 스트레스로 넘기기보다는 신경과에서 정밀 검사(뇌파, 영상검사 등)를 받아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함께 받아보시어 우울증이나 정서적인 부분도 같이 살펴보시면 원인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들도 많이 힘드셨을 텐데, 아버지의 증상뿐 아니라 가족분들의 마음 건강도 함께 챙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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