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여러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받으셨는데도 원인을 찾지 못해 답답하고 지치셨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신경과, 정형외과, 파킨슨병 전문 교수님까지 만나 MRI, CT, X-ray 등 구조적 검사를 다 받으셨는데도 이상이 없었다면, 이제는 접근 방향을 조금 바꿔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어떤 진료과와 검사를 고려해볼 수 있는지 안내해 드릴게요.
구조적 검사가 정상일 때 고려할 수 있는 방향
말씀해주신 특징들을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요.
- 가만히 있을 때(앉기, 눕기, 한발서기)는 전혀 문제가 없다
- 걷기, 특히 특정 상황(횡단보도)에서만 다리를 끄는 양상이 나타난다
- 계단이나 오르막처럼 오히려 더 힘든 동작에는 문제가 없다
- 옆으로 걷거나 뒤로 걷을 때도 이상이 나타난다
- 뇌, 척추, 신경 구조적 검사가 모두 정상이다
이런 패턴은 뇌나 척수, 말초신경의 구조적 손상보다는 동작 특이적(task-specific) 운동 조절 문제, 즉 특정 동작을 수행할 때만 나타나는 운동장애 쪽에 더 가까울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특정 동작에서만 근육이 의도치 않게 수축하는 국소성 근긴장이상(dystonia)이나, 신경계 구조는 정상이지만 뇌가 운동 명령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능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기능적 신경학적 증상(functional neurological disorder)을 예로 들 수 있어요. 다만 이는 실제 진찰과 특수 검사 없이는 단정할 수 없고, 가능성 중 하나로만 참고해 주세요.
어느 진료과를 우선 고려해볼 수 있을까요
- 운동장애(movement disorder) 전문 클리닉: 파킨슨병뿐 아니라 근긴장이상, 기능적 운동장애까지 폭넓게 감별하는 세부 전문 분야가 있어요. 지금까지 본 신경과와는 다른, 이 분야를 특화해서 보는 대학병원 클리닉을 찾아 재평가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 보행 분석(gait analysis)이 가능한 재활의학과: 보행 시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걸음걸이 자체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검사(동작 분석, 근전도 등)를 받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요.
- 신경과 내 근전도(EMG) 검사: 아직 받지 않으셨다면, 걸을 때 특정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하는지 확인하는 근전도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진료받을 때 준비하면 좋은 것
새로운 병원에 방문하실 때는 지금까지의 경과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요.
- 지금까지 받은 검사 결과지(MRI, CT, X-ray) 사본
- 증상이 언제부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시간 순서
- 어떤 동작에서 증상이 나타나고 어떤 동작에서는 나타나지 않는지 (지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구체적으로)
- 가능하다면 실제 걷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
구조적 원인이 배제된 만큼, 기능적·동작 특이적 운동장애를 다루는 세부 전문의를 찾아가시는 것이 다음 단계로 적절해 보여요. 지금까지 여러 검사를 성실히 받으신 만큼, 조금 더 특화된 진료를 통해 원인을 찾으실 수 있길 바랄게요.
도움이 필요하실 때 언제든지 다시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