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뇌경색 이후 언어치료를 통해 많이 회복되고 계신 상황에서, 단어를 찾기 어려운 증상 때문에 혈관성 치매 이야기까지 들으셨으니 걱정이 크실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증상들을 하나씩 짚어보면서 실어증과 치매의 차이를 안내해 드릴게요.
단어 기억 저하, 실어증과 치매는 다른 개념입니다
아버님께서 보이시는 증상, 즉 몸짓으로 설명하면 알아듣고 표현하려 애쓸 때는 막히지만 자연스럽게 말할 때는 잘 나오고, 사물의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은 **명칭실어증(anomia)**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는 뇌경색으로 언어를 담당하는 뇌 영역(주로 좌측 대뇌)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국소적인 기능 장애로, 뇌경색 후유증에서 매우 흔하게 관찰됩니다.
반면 치매는 기억력뿐 아니라 판단력, 시공간 능력, 일상생활 수행능력 등 여러 인지 영역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아버님처럼 예전 취미나 하시던 일, 즐겨보시던 프로그램을 다 기억하시고, 운전을 하시며, 치료 일정을 스스로 지켜서 다니시는 것은 기억력과 실행 능력이 전반적으로는 잘 보존되어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언어 표현의 특정 영역에서만 어려움이 있는 것과, 전반적인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도 SNSB 검사가 필요한 이유
다만 뇌경색은 손상 부위와 범위에 따라 이후 혈관성 인지장애나 혈관성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뇌경색이 반복되거나 손상 범위가 넓을 경우 언어 문제 외에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 저하가 함께 나타날 수 있어 의료진이 정확한 감별을 위해 SNSB 같은 종합 인지검사를 권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아버님은 단어 찾기의 어려움 외에 뚜렷한 기억력이나 일상 수행능력 저하가 없어 보이지만, 이런 검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인지 영역까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므로 예약된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검사 전까지는 다음과 같은 부분들을 관찰해두시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 최근 있었던 일을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는지
- 약속이나 일정을 스스로 기억하고 챙기는지
- 평소 하던 일(요리, 계산, 집안일 등)을 순서대로 잘 해내는지
- 성격이나 감정 표현에 변화가 있는지
- 길을 찾거나 낯선 상황에 판단하는 능력이 유지되는지
이런 부분들이 잘 유지되고 있다면 현재로서는 언어 영역에 국한된 후유증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지만, 최종 판단은 검사 결과와 담당 의료진의 소견을 따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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